속도를 늦추니 보이기 시작한 것들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오가며 10년 가까이 달려온 뒤, 지금은 잠시 속도를 늦추고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 이육헌 님을 만났습니다. 기록하고 나누는 일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을 이어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Scrap1: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을 건 가라앉고, 떠 있을 건 그대로 떠 있을 테니 그걸 한 번 들여다보자는 마음이었어요"
퇴사 후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꽤 오랜 시간 쉼 없이 일해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9년 반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일했어요. 특히 직전 회사인 트레바리에서 6년 반 정도 일하고 나올 때는 스스로에게 '최소 3개월은 아무 결정도 하지 말자. 대신 1년 안에는 방향을 정하자'라고 다짐했죠.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을 건 가라앉고, 떠 있을 건 그대로 떠 있을 테니 그걸 한 번 들여다보자'라는 마음이었어요. 그동안은 계속 뭔가를 해내려고 애쓰는 상태였던 것 같아서 이번엔 의도적으로 가라앉아보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고 싶었어요.
지난 6월 말이 퇴사한 지 정확히 1년 되는 시점이었는데요. 처음엔 이력서에 1년 이상 공백이 생기면 돌아갈 길이 막히는 건 아닐지 걱정됐었는데, 막상 1년을 보내고 보니 두 가지를 느꼈어요. 첫째, '질릴 때까지 놀아도 되겠다.', 둘째, '생각보다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웃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점수를 매기고, 가중치를 두면서 다양한 방향을 탐색해 봤어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출판, 콘텐츠, 미디어,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이전 경험을 통해 '없는 시장'에서 새로운 걸 만드는 데 따르는 스트레스를 체감했던 만큼, 이제는 레거시 비즈니스에도 더 열린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지금은 출판사 등록을 마친 상태고, 관련 분야와 시장에 대한 스터디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2곳의 스타트업과 함께 그로스 컨설팅이나 서비스 초기 기획 같은 프로젝트에 프리랜서로도 참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