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실행이 쌓아 올린 성장

대기업과 스타트업, 그리고 여러 직무를 넘나들며 커리어를 쌓아온 김반야 님을 만났습니다. '움직이는 한, 모든 경험이 자산이 된다'라는 믿음으로 멈추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각 시기의 경험을 스톤처럼 차곡차곡 모아 자신만의 커리어를 완성해 가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안녕하세요, 김반야입니다. 다양한 산업과 직무를 거치며 '본질에 집중하는 실행력'을 키워온 콘텐츠 마케터입니다. 현재 카카오스타일에서 콘텐츠 마케팅팀을 리드하며, 유저가 브랜드를 더 깊이 좋아하게 만드는 경험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Scrap1: "제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결단력'이에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카카오스타일에서 콘텐츠 마케팅팀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회사의 대표 서비스인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Zigzag)'의 온드 미디어 채널을 담당하며, 유저들이 지그재그라는 브랜드를 더 많이 떠올리고 좋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유저들의 정성적인 반응과 정량적인 지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티브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인풋을 받느냐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평소에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인풋을 얻으시나요?
평소에 콘텐츠를 많이 보려고 노력해요. 특히 특정 업계나 플랫폼에만 갇히지 않으려고 하죠. 아무래도 동종 업계 채널들은 서로 닮아가기 쉬운데요. 저희 팀은 계정 이름을 가리고 봐도 "이건 우리 브랜드 콘텐츠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더 비중 있게 만들고 싶지만, 항상 그런 콘텐츠만 잘 되는 건 아니에요. 유저 반응이나 정량적 지표를 함께 고려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트렌드나 대중성이 반영되고, 결국엔 다른 채널들과 비슷비슷해질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패션 업계 채널에서 요일별 룩북이나 코디 추천 콘텐츠가 흔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그래서 저는 오히려 같은 도메인의 채널보다는, 산업이나 규모가 다른 채널, 해외나 오프라인 사례들을 더 많이 보려고 해요. 그런 것들이 오히려 새로운 힌트를 주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또 가끔은 아예 디지털 콘텐츠와 거리를 두려고도 해요. 고전 서적을 읽거나 전시, 공연을 보면서 전혀 다른 자극을 받으려 하죠. 일종의 '뇌를 오프(Off)하는 활동'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해야 비워진 자리에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여지가 생기더라고요.
콘텐츠 마케팅을 '업'으로 하면서 요즘 가장 많이 부딪히는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말 고민이 많은데요(웃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콘텐츠의 영향력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에요. 매출이나 구매 전환만 놓고 본다면 퍼포먼스 마케팅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죠. 하지만 저희 팀이 만드는 콘텐츠는 유저와 브랜드가 만나는 접점을 넓히고,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경험, 즉 우리를 좋아하거나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단기적인 매출 관점에서는 다른 마케팅 활동에 비해 임팩트가 낮아 보일 때도 있어요. 유저 한 명 한 명의 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저희도 목표와 맞닿은 보조 지표를 KPI로 설정하고, 개별 콘텐츠의 성과를 꼼꼼히 분석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콘텐츠의 '존재 이유'를 계속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렇다 보니 더 정교한 데이터 설계와 체계적인 유저 반응 분석을 통해 성과를 설명하고, 필요성을 설득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겉으로 보기엔 일이 상대적으로 쉬워 보인다는 점이에요. 요즘은 누구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계정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숏폼 영상도 쉽게 찍을 수 있잖아요. 이렇게 온드 미디어 채널 운영이 사람들의 일상과 가까워서인지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가볍게 여기거나 과정과 결과물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팀원들에게는 "우리가 잘해서 더 쉬워 보이는 거다"라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아쉽고 속상할 때도 많아요.
세 번째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일이 너무 어렵다는 점이에요. 저는 콘텐츠가 결국 '광장에 놓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기장처럼 혼자만 보고 만족하는 게 아니라, 다수의 반응을 끌어내야 비로소 잘됐다고 말할 수 있죠. 그래서 우리의 성취 자체보다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더 깊게 신경 쓸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취향은 워낙 다양하고,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잖아요.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동시에 회사의 목표와 브랜드 가치를 놓치지 않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런 개인적인 고민을 넘어,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특별히 마주하는 고민은 어떤 게 있나요?
팀원들이 고이지 않도록 하는 데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콘텐츠 조직은 잘되는 포맷이나 킬러 콘텐츠를 반복해 안정적인 지표를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팀원들은 일 년 내내 같은 콘텐츠만 만들게 되고 자칫 성장이 정체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 팀원은 이미 이건 충분히 잘하는데, 그렇다면 어떤 과제를 줘야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계속 이 일을 이어갈 이유를 느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편이에요. 팀원들의 포트폴리오와 커리어 패스를 고려하면서도 동시에 팀의 방향성과 어긋나지 않도록 늘 퍼즐을 맞추고 있어요.
또 새로운 과제를 맡기면 다른 고민이 생기는데요. 새로운 일을 어려워하는 팀원들에게 어디까지 알려주고, 어디까지 결정해 줄 것인가 하는 부분이에요. 리더가 실무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팀원이 직접 부딪히며 배울 기회를 잃게 되거든요. 그래서 적당히 힌트를 주되, 결과가 조금 아쉽더라도 믿고 기다려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저에게 충분히 좋은 경험을 주지 못하거나 팀 성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 그 기다림이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결국 '결과의 퀄리티 컨트롤'과 '팀원의 성장'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가 리더로서 가장 큰 과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