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 (1)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많은 초기 투자사와 액셀러레이터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 조직에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홍보/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있죠. 이직 주기가 짧은 업계 특성상 한 기관에서 오래 일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변화가 잦은 환경에서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본인만의 가치를 만들며 단단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매쉬업엔젤스의 김민주 파트장을 만났습니다.
처음 업계 동료로 만났지만, 지금은 일과 삶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사실 growthscrap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모티브가 된 인물이기도 하죠. 그가 가진 특유의 편안함과 따뜻함은 이번 만남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이야기 도중 눈물이 나올 만큼 위로가 되는 순간도 참 많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가 그를 존경하고 애정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분도 조금은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 안녕하세요, 무언가를 단단히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오래 품고 싶은 김민주입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품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현재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내부의 이야기를 외부에 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Scrap1: “나의 업무가 중요하다고 스스로 계속 생각하고 인정해야 지속할 수 있다고 봐요”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매쉬업엔젤스에서 투자 포트폴리오사의 홍보(PR)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합류한 지 8년 정도 되었어요.

보통 '일'을 할 때 어디에서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매쉬업엔젤스에서 일하며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스타트업과 투자에 대한 업무를 매쉬업엔젤스에서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파트너와 심사역 분들을 보면 진심으로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위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거든요.
이런 마음과 태도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투자사라고 자부해요. 저도 처음부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업계를 접하고 일을 배워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그런 태도를 갖게 되었어요. 일을 하다 보면 주어진 일을 어떤 태도로 하는지가 제게는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동료들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느끼고 있어요.
요즘 가장 집중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학교와 협업해 진행하는 행사들에 집중하고 있어요. 학교는 학기제로 움직이다 보니 이번 학기에 진행한 행사에서 어떤 부분을 개선해 운영할지, 다음 학기에는 어떤 학교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올해 전반적으로 창업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투자 자금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학생들을 포함해 예비 창업가들의 고민이 더 깊어져 창업을 주춤하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꼭 창업이 아니더라도 스타트업보다 더 안정적인 기업으로 취업을 희망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물론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계속 투자하는 투자사가 있고, 성장하는 기업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결국 행사의 목적은 창업과 스타트업에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이 가장 커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스타트업 업계 특성상,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을 경험하셨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항상 포트폴리오사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행사를 기획할 때부터 포트폴리오사에 어떤 게 필요한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이후에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늘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매번 행사가 끝나면 힘들어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돼요.
그리고 매쉬업엔젤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한국벤처투자가 협업해 진행한 투자유치 가이드북 제작 작업도 생각나요. 당시 외부 파트너들과 함께 일하면서 소통하는 것이나 일하는 방식을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스타트업 씬에서 일하면 외부 파트너들, 외부 동료들에게 배우는 점이 정말 많아요. 당시에 그 책을 만드는 과정이 길고 쉽지 않았지만, 다 같이 지치지 않고 독려하면서 끝까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 성취감이 있어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독 외부의 주목을 받는 직무와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잖아요. 그만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순간도 종종 찾아오는 것 같아요.
저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가 많죠. 업계 특성상 주목받는 직무들이 있어요. 이에 반해 저의 업무는 누군가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직무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다른 직무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는 직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진짜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나의 업무가 중요하다고 스스로 계속 생각하고 인정해야 지속할 수 있다고 봐요.
내가 하는 일이 모두의 주목을 받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면 보이지 않는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로 인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고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지했으면 해요. 잘 모를수록 더 어렵게, 더 조심히 다가가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서로를 더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중요하지 않은 일이나 직무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일을 하면서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지점이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투자하는 것에 조금 회의를 느낀 적도 있었어요. 기술은 계속해 발전할 텐데 지금 투자하는 것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바리스타 로봇 시연 행사에 가게 됐어요. 친구는 다리가 불편해서 평소 목발을 짚고 다니는데, 그날 희망이 생겼다고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 말을 듣고 의아했어요. 외식업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다리가 불편하니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해왔었대요. 그런데 로봇들을 보면서 외식업에 도전해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는데 갑자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그동안 저는 기술의 개발을 저의 관점에서만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히 필요한 것일 수도 있는데 제가 그걸 놓치고 있었던 거죠. 그날 이후, 새로운 서비스를 접할 때 좋은 부분을 더 먼저 발견하고 가능성을 바라보게 된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그날의 경험이 일에서뿐만 아니라 제 삶 전체에서도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친구를 통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알 수 있게 된 거죠.